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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획자의 습관

대장고양이 2020. 5. 31. 09:23

인터뷰에 면접관으로 들어가곤 한다.

한 번은 주니어 기획자를 뽑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다른 면접관이 "기획자로서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했다.

영업 대응, 제안, 프로젝트 관리, 서비스 기획 등 연차가 커질수록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지만 나 스스로 본질은 기획자(creator)이고, 모든 업무의 본질은 기획(create)이라 생각하고 있다. 기획 태생(?)이기 때문에 순간 그 질문을 나에게도 던져 보았다.

기획이라는 업무의 정의는 다른 기회에 적어보기로 하고, 나는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왔는지 돌아봤다.
만약 누군가가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해온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답할 수 없다면, 후배 기획자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이라는 업무의 본질은 모호한 것들을 구체화시켜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이땅~' 하고 시작해서 끝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부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하고,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상하지만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에게(또는 지적 생산을 해야 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좋은 습관을 정의해본다.


◼︎ 질문하고 정의하는 습관


질문은 생각의 낚싯대다. 질문하지 않고는 생각을 끄집어낼 수 없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도, 언제가 머릿속에 품었던 의문이 있었기에 뒤늦게 떠오른 생각일 것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또는 이번에 해야 하는 일의 목적, 진정한 고객은 클라이언트인지 사용자인지 등등 단순한 것 같지만 누군가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해보고 정의해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why'와 'what'을 스스로 반복해서 던지다 보면 생각은 깊고 넓게 확장된다.
확장된 공간 어디엔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정의(定義, definition)는 모든 것의 뼈대다. 질문을 통해 떠오른 것들을 하나씩 정의하다 보면 기준이 생긴다. 그 기준을 기반으로 여러 요소를 하나씩 쌓다 보면 멋진 구조물(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시니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서비스를 사용할 시니어 사용자를 우선 정의(나이, 성별, 지역, 목적)하고 그들에게 어떤 가치와 혜택을 줄 것인지 다시 질문하고, 그 기반하에 서비스, 페이지를 하나씩 다시 정의하다 보면 서비스 흐름, 버튼 사이즈, 글씨 크기까지 처음에는 막연하게 접근했던 것들이 하나씩 구체화되어 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 노트 쓰는 습관

 

그날 뭐 먹었는지, 어디 갔는지 예쁘게 꾸미는 다이어리, 회의 때 들고 들어가는 메모용 노트 말고 진짜 노트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평소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적는다거나, 좋은 책을 읽고 남기고 싶은 것들을 필사하거나 메모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 기록해서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도 남길 수 있는 그런 노트가 필요하다.

노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이 휘발되지 않고 정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자,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잘 보존되도록 해주는 필수 도구다.

 

언젠가 정리해서 포스팅하려고 노트에 메모해 놓은 글


정갈하게 본인의 생각들과 외부 정보를 적어볼 수 있는 노트를 하나 사서 다른 다이어리와 노트들과는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디지털 노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직접 손으로 쓰는 노트가 적는 방식의 자유도도 높고 애정이 쌓여 계속 유지하고 쓰게 되는 것 같다.

 

 

◼︎ 교류하는 습관

 

인간은 신(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보거나 듣지 않은 것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적어도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부지런히 배우고 새로운 것을 접해야만 다시 (그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적인 교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커뮤니티를 통한 교류다. 회사 사람들만이 아니라 동종의 업무를 하는 다른 직장의 사람들과 업무 외적으로 모임을 갖는다거나, 꼭 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주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모임을 찾아 주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섞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독서 모임이나 스터디 모임, 온라인/오프라인 클래스 등 모임을 위한 서비스들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
나도 몇 넌 전 한 인문학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항상 IT 업종에 있는 사람들만 대하다가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다른 환경과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한편으로는 IT 업종에서 보는 단편을 공유해 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두 번째는 독서다.
커뮤니티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동시성이라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독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소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독서는 과거의 누군가가 책 한 권에 담아낼 정도로 생각하고 정리한 것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보거나 따라가는 사이에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들을 메모해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자랄 것이다.


나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것들을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세 가지로 구분하기는 했지만, 이 습관들은 서로 순환 관계가 있다.
기획자로서 자기계발의 선순환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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